우리의 자랑스런 한글로 모든 외국어 표기가 가능하다

우리의 자랑스런 한글로 모든 외국어 표기가 가능하다

572돌 한글날 우리나라 국무총리께서 “세상에는 약 3천 개 민족이 7천 가지의 말을 쓰며 산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상의 글자는 마흔 가지뿐입니다. 우리처럼 스스로의 말과 글을 모두 가진 민족은 많지 않습니다. 마흔 가지 글 가운데서도 누가, 언제,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확실한 것은 한글이 거의 유일합니다. 그래서 한글은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 인류가 자랑스럽게 지키고 가꿀 자산입니다. 그것을 세계도 인정하고 있습니다.”라고 축하했다.

한글학자들의 연구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글의 소리 표현능력은 놀랍게도 무려 1만2천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거의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다. 중국 한자의 소리표현 능력은 400여 가지 정도이고 일본 글자인 ‘가나’의 소리 표현 능력은 고작 300여 가지이다.

조선시대 한글학자 정인지는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서 ‘슬기로운 사람은 하루아침을 마치기도 전에 깨우치고 어리석은 자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고 하였다. ‘바람소리’, ‘학의 울음소리’, ‘닭 우는소리,’ ‘개 짖는 소리’일지라도 모두 이 글자를 가지고 적을 수가 있다고 하였다. 실제로 한글은 배우기 쉽고 쓰기 쉬워 ‘아침글자’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렇게 우수한 한글을 두고도 왜 우리는 외국 국가명 또는 지명을 바르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 일까? 유럽을 ‘구라파’, 도이칠란트를 ‘독일’,  프랑스를 ‘불란서’, 에스파냐를 ‘서반아’ 등 등…

이유는 간단하다.

40여 년간 지배받던 일제의 잔재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300여개 밖에 안 되는 소리표현능력으로 서양의 소리글자를 발음하려고 일본식 발음으로 음역해, 현지 지명 또는 국가명을 원음에 가깝게 소리내기 위해 한자와 ‘가타가나’를 사용했었다.

즉 Deutschland를 獨逸國(도그이즈 고꾸/독일국), France를 佛蘭西(후란즈/불란서), Holland(네델란드)를 和蘭(호란다/화란), Swiss를 瑞西(즈이즈/서서), Espania를 西班牙(즈반아/서반아) 등으로 표기, 발음했다. (일본은 50년대부터 모든 외국어 표기를 한자로 표기하지 않고 ‘가타가나’로만 구분해 표기하고 있다.)

해방 후 이승만 대통령의 집권으로 상해 임정 출신들 보다는 일본에서 유학하고 또 일제하 공직에 몸담았던 지도층들이 우리나라 건국 정부의 공직을 거의 다 맡아 이어왔다. 당시 40여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일본 본토와 유사하게 일본어(표준어), 행정, 교육 제도 등 이미 일제화 되어 있었고, 광복 후에도 마땅한 우리말이 없는 신종 표기는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예: 바께츠(양동이)/ 오봉(쟁반)/ 와리바시(소독저)/ 벤또(도시락)/ 요오지(이쑤시개)/ 야스리(줄)/ 혼다떼(책꽂이)/ 가다로꾸(견본책)/ 다마(전구)/ 쓰메끼리(손톱깎이)/ 다라이(대야)/ 기레빠시(조각천)/ 단스(서랍장)/ 시다(보조원)/ 에리(깃)/ 마이깡(걸이단추)/ 우라까에(뒤집어짓기) 유도리(여유)/ 간낭(양배추)/ 닌징(당근)/ 다마네기(양파)/ 미소시루(된장국)/ 덴뿌라(튀김)/ 당고(경단)/ 스끼야끼(전골)/ 스시(초밥)/ 다꾸앙(단무지)/ 오꼬시(밥풀과자)/ 마후라(목도리)/ 간죠(지불, 셈)/ 기소(기초)/ 기즈(흠)/ 나라시(고르기)/ 네지마와시(나사돌리기)/ 도가다(토공)/ 단도리(마련)/ 히야까시(놀리기)/ 지라시(전단)/ 기도(표걷이) 등등. (70년대에 일본어 사용을 금하고 새롭게 신종 말을 만들어 바꾸어 사용)

현재도 많은 법률, 행정, 의학, 건축, 학술 용어에는 일제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들 중 소리글자 보다는 뜻글자로 표기된 것이 많으므로 한자를 이해하면 뜻 해석이 가능하기도 하여 문제는 있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아 보인다.(이것도 속히 우리말로 바꾸어야 하지만)

큰 문제는 소리글자인 외국국가명이나 외국지명을 일본인들이 일본식 발음으로 현지발음에 비슷하게 음역하기 위해 썼던 한자를 마치 뜻글자인양 그 한자를 그대로 받아들여 억지로 우리식 발음으로 짜 맞추어 우리 선조들이 사용한 것이다.

아니 광복 74주년이 넘은 오늘날 까지도 우리들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약 그때 이 일본이 사용하던 한자를 없애고, 현지 소리글자를 바르게 읽어 우수한 우리한글로 표기했다면 현지 발음과 똑같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비슷한 외국지명으로 표기하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조들은 일본이 쓰던 한자를 그대로 넘겨받았고 항일의식 때문인지 일본발음으로 읽지 않고 한자를 우리식으로 음역하니 결국 뜻도 틀리고 발음도 틀린 엉뚱한 소리와 표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예: Deutschland를 ‘독일'(일본식 표기: 獨逸國, 도그이츠 고꾸. ドイツ), 유럽을 ‘구라파'(일본식 표기 歐羅巴, 요로빠), France를 ‘불란서'(佛蘭西 후란즈.フランス), 네델란트를 ‘화란'(和蘭, 호란다 オランダ), 스위스를 ‘서서'(瑞西, 즈이즈, スイス), 에스파냐(스페인)를 ‘서반아'(西班牙,즈반아), 이탈리아를 ‘이태리'(伊太利, 이다이리), 오스트리아를 ‘오지리'(奧地里), 필리핀을 ‘비율빈’(比律賓), 등등…

그동안 세월이 지나며 비율빈은 필리핀으로, 오지리는 오스트리아로, 서반아는 스페인으로, 포도아는 포르투갈로, 서서는 스위스로, 서전은 스웨덴으로, 파란은 폴란드로, 애급은 이집트로 바로잡아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도 ‘도이칠란트’는 ‘독일’로 쓰이고 있다.

◎ 왜 아직 도이칠란트가 ‘독일’로 표기되고 있는가? 습관 때문인가?

필자는 우리신문 발행인으로 2004년 창간 당시부터 우리신문 지면에 ‘독일’ 대신 ‘도이칠란트’로 표기해 왔다. 한 때 몇몇 독자들의 ‘언어는 일종의 편리한 약속’인데 대부분 한국인이 알아듣고 쓸 수 있는 ‘독일’이란 표기를 두고 글자가 셋이나 더 많은 ‘도이칠란트’로 쓰느냐는 항의가 있었다. 이에 대해 앞에서 언급했던 내용으로 이해를 확산 시키고자 노력했고, 더 이상의 반론은 수그러들었다.

만약 습관 때문이라면 잘못된 습관에 더 익숙해지기 전에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 왜 도이칠란트라고 불러야 되나?

첫째, 내가 상대방을 호칭할 때 정확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기본 예의이기 때문이다. 외국어라서 발음이 용이하지 않을 때도 그들이 사용하는 원음에 최대한 가까운 발음을 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 위에서 설명한대로 일본사람들이 사용했던 한자를 뜻도 이유도 모르고 74년 이상을 계속 사용한다는 것은 민족의 수치(羞恥)다.

셋째, 우리 후세가 왜 한국인들이 도이칠란트를 독일이라고 부르고 표기하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40여 년 일본 식민속국의 유산이라고 할 것인가? Deutschland에 사는 우리부터 도이칠란트를 바르게 부르고 표기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어느 날 도이칠란트정부로부터 공식표기가 ‘독일’이 아니니 Deutschland로 불러달라는 공식서한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몽골, 미얀마처럼. 몽고로 불리던 몽골(1992년), 버마로 불리던 미얀마(1991년)는 각각 그 나라 정부의 노력으로 지금의 국가명인 몽골, 미얀마로 불리고 있다.

【우리뉴스 발행인 유 종 헌】